응봉산 아래 — 응봉시장 뒤편 골목 셋, AI 셋에게 2031년을 물었다
5월 셋째 토요일 새벽, 성동구 응봉동 응봉시장 뒤편 골목 셋을 걸었다. 셔터 다섯과 1979 우편함, 살구색 다세대 일곱, 응봉공원 계단 일흔여덟 칸을 본 뒤 GPT-5와 Claude Opus 4.6, Gemini 세 모델에게 같은 골목의 2031년을 물었다. 답의 결이 셋 다 달랐다.
토요일 새벽 6시 10분, 응봉시장 입구
성동구 응봉동 응봉시장 입구는 토요일 새벽 6시 10분에 셔터가 절반쯤 올라가 있었다. 시장 안 좌판 일곱 자리 중 셋이 이미 야채를 깔고 있었고, 두 자리는 비어 있었다. 시장 옆 첫 골목으로 발을 돌리니 1972년쯤 지은 듯한 다세대 한 채가 있고, 그 옆으로 콘크리트 담장이 약 70미터 이어졌다. 담장 끝의 우편함에는 손으로 새긴 1979라는 숫자가 페인트 안쪽으로 두 겹쯤 덮여 있었다. 기온은 새벽 14도쯤이었고, 응봉산 쪽에서 가벼운 동남풍이 불었다.
첫 번째 골목 — 셔터 다섯과 손글씨 간판 둘
응봉시장 후문에서 응봉길로 빠지는 첫 번째 골목은 폭이 약 2.4미터였다. 양쪽으로 셔터 다섯이 내려져 있었고, 그중 두 곳에는 손글씨 간판이 붙어 있었다. 수선 김씨 한 곳, 보일러 정 기사 한 곳. 골목 끝에는 1980년대 후반에 흔하던 갈색 벽돌 다세대 세 채가 어깨를 맞대고 있었고, 1층 창은 모두 격자무늬 방범창이었다. 새벽 빛이 동쪽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며 방범창 그림자를 바닥에 일곱 줄로 길게 그렸다. 셔터 다섯 중 하나는 아래쪽 페인트가 벗겨져 1996년 가을이라 적힌 사인펜 글씨가 드러나 있었다.
두 번째 골목 — 살구색 다세대 일곱과 옥상의 흰 셔츠
첫 골목을 빠져나와 응봉길을 30미터쯤 더 걷자, 살구색 페인트로 칠한 다세대 일곱 채가 줄지어 서 있었다. 1985년부터 1991년 사이에 지어진 듯한 외관이었고, 옥상에는 빨래가 다섯 집에서 걸려 있었다. 6시 30분 햇빛에 흰 셔츠 세 장이 흔들렸고, 살구색 벽 위로 그림자가 두 갈래로 떨어졌다. 길 한가운데에 1981이라 새겨진 우편함이 한 채 앞에 서 있었다. 페인트가 두 번쯤 덧칠된 흔적이 보였고, 가장 안쪽 층에서는 짙은 갈색이 한 번 비쳤다. 세 번째 집 1층에는 세놓음 010 손글씨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종이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
세 번째 골목 — 응봉공원 계단 일흔여덟
두 번째 골목 끝에서 좌회전하면 응봉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시작된다. 새벽 6시 50분에 계단 일흔여덟 칸을 세며 올라갔다. 중간 13번째 칸에서 발끝에 1976년 9월이라 새긴 시멘트 자국이 있었고, 28번째 칸에는 누군가 분필로 그린 화살표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응봉동은 살구색과 회색 지붕이 약 6 대 4 비율로 섞여 있었다. 멀리 응봉산 정자가 새벽 빛에 검은 윤곽으로 잘려 보였고, 그 너머로 한강대교 쪽이 옅은 푸른빛이었다.
AI 셋에게 같은 골목의 2031년을 물었다
산책에서 돌아와 책상에 앉은 뒤, GPT-5와 Claude Opus 4.6, Gemini 세 모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응봉동 응봉시장 뒤편 골목 셋이 2031년에 어떤 모습일지 추정해 달라고, 현재 재개발 추진 단계와 인구 변동을 고려해서 답해 달라고 했다. 세 모델의 답은 결이 셋 다 달랐다.
GPT-5는 가장 보수적이었다. 응봉구역 정비사업이 2030년 전후로 착공할 가능성을 약 60퍼센트로 추정하면서, 첫 번째 골목의 셔터 다섯은 2031년 이전에 모두 사라지고 6층 규모 신축 다세대로 대체될 것이라 봤다. 다만 살구색 다세대 일곱은 보존 가치는 낮지만 철거 시점이 1~2년쯤 늦어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Claude는 시간 축을 더 길게 잡았다. 2031년에도 첫 골목의 셔터 두 곳은 임시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봤고, 응봉공원 계단은 그대로일 가능성을 90퍼센트로 추정했다. 다만 두 번째 골목의 살구색 페인트는 2028년쯤 한 번 더 덧칠된 뒤 2030년 무렵 벽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 답했다. 1981 우편함은 어디로 옮겨질지 모른다고 솔직히 적었다.
Gemini는 셋 중 가장 단정적이었다. 2031년이면 응봉시장 자체가 신축 상가로 옮겨가 있고, 세 골목 모두 원형은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 봤다. 우편함과 손글씨 간판은 사진 자료와 지번 도면으로만 남는다고 못 박았다.
결론 메모
세 모델 중 어느 답이 맞을지는 5년 뒤에야 알 수 있다. 다만 셋 다 첫 번째 골목 셔터 다섯의 운명은 비슷하게 봤고, 응봉공원 계단의 보존은 셋 다 90퍼센트 이상으로 추정했다. 토요일 새벽 응봉시장 골목 셋의 셔터와 살구색 벽, 일흔여덟 계단은 오늘 사진 한 장과 글 한 편으로 남겨둔다. AI에게 묻기 전에 먼저 발로 걷고 눈으로 봐야 한다는 원칙은 오늘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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